*아누틴 총리가 공주에게 멉끄랍 예의를 표하는 장면이 전세계 언론에 보도됐다.(네이션)
아누틴 태국 총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시리완나와리 랏짜깐야 공주의 발끝에 납작 엎드려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태국·프랑스 수교 170주년을 기념해 공주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서훈하자,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아누틴 총리가 현지에서 5월 22일 축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태국 언론에서는 이 같은 장면이 종종 보도되어 현지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인사법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이러한 인사법은 태국어로 ‘멉끄랍(หมอบกราบ)’이라고 불린다. ‘멉’은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것을 의미하며, ‘끄랍’은 손을 모아 바닥에 대고 절을 하는 경배의 표현이다.
멉끄랍은 왕족이나 최고위 승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상체를 앞으로 숙여 팔꿈치와 이마를 바닥에 완전히 대는 예법으로, 태국에서 행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의 표시이다.
멉끄랍보다는 덜해 보이지만 한국에는 큰절이 있고, 중국에는 고두(叩頭), 일본에는 도게자(土下座), 티베트 불교에는 오체투지 등이 있다. 모두 윗사람이나 신성한 대상에게 몸을 낮추고 예를 표하는 행위이다.
태국 멉끄랍은 불교에서 비롯됐고, 크메르 앙코르 제국의 궁정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태국 아유타야 왕국 시기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 예법은 근대화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현재 태국 왕조의 라마 5세인 쭐라롱껀 왕은 1873년 왕실 알현 때 엎드려 절하는 관습을 폐지했다고 한다. 당시 서구 열강과 접촉이 늘면서 이런 예법이 “복종적이고 미성숙해 보인다”는 시선이 제기된 데다, 왕 자신도 백성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이런 역사적 사연을 떠올리면, 선거를 통해 선출된 행정수반인 태국 총리가 공개적으로 이러한 예법을 행하는 모습은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태국 국왕 앞에서는 총리나 내각 고위직 뿐만 아니라 심지어 왕비나 공주, 왕자 등 다른 왕실 구성원들 역시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예법을 갖추는 모습을 현지 TV 방송 등을 통해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라마 5세는 엎드려 절하는 대신 서서 절하거나 허리를 숙이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했지만, 멉끄랍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1950~60년대 이후 태국 왕실 권위가 재강화되며, 왕실의 상징적 권위를 다시 국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여러 왕실 의례와 전통이 부활했다.
한쪽에는 헌법·의회·선거라는 근대 국가 체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왕실을 국가 정체성과 도덕적 권위의 중심으로 보는 전통적 정치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아누틴 총리의 부복은 단순한 개인 예절이라기보다, 태국 민주주의와 왕실 중심 국가의례가 결합돼 전통화되고 있는 태국 특유의 정치·사회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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