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근교에 있는 몬족 문화마을, 끄렛섬에 가보셨나요?
방콕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30~40분 정도 이동하면 논타부리주에 도착합니다.
이곳 짜오프라야강 한가운데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작은 섬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꼬끄렛, 끄렛섬입니다.
많은 여행객은 꼬끄렛을 ‘도자기 마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은 도자기보다도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몬족 문화입니다.
꼬끄렛은 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몬족 공동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몬족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6세기부터 11세기 사이 현재의 태국 중부 지역에서 드바라바티 왕국을 세우고 불교와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태국인들이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전부터 문명을 이루었던 민족인 셈입니다.
현재 태국에는 약 12만 명의 몬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짜오프라야 강 유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태국 사회와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 섞이고 대부분 태국어를 사용하게 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몬어와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문화의 흔적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꼬끄렛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아직도 몇 %의 몬족혈통이 남아 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왓싸남느어 선착장에 차를 세운 뒤 배를 타면 5분만에 섬에 들어섭니다.
맨처음 만나는 곳은 왓 뽀라마이 이까왓입니다.
강쪽으로 기울어진 흰색 불탑인데 몬족 문화가 남아있는 작은 사원입니다.
강을 따라 시장길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이 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만나는 형형 색색의 꽃튀김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먹방 일정을 예상케 합니다. 시장은 주중보다는 주말이 훨씬 활기찹니다.
쌉쌀한 커피한잔 들고 시장투어를 나서면 다양한 먹거리와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어 발걸음을 문뜩문뜩 멈추게 합니다.
몬족 사원과 오래된 전통가옥, 그리고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늘까지 그대로 묘사해낸 손톱만한 물고기 모양의 예술적 디저트는 먹기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카놈부엉 등의 달콤한 디저트 먹거리들도 넘칩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반드시 체험해야 할 것은 카오채(또는 카우채)를 맛보는 것입니다.
‘카오’는 밥, ‘채’는 물에 담근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물에 담근 밥’ 또는 ‘찬물에 말아 먹는 밥’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오채는 본래 몬족이 더운 계절에 먹던 여름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200년 전인 태국 라마 2세(1766-1824) 때 몬족의 카오채 레시피를 도입해 수정한 뒤 오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라마 5세인 쭐라롱껀 대왕(1853-1910)이 카오채 마니아로 알려져 있고, 태국에서는 4월 중순 쏭끄란 축제에 먹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3월-4월말 무더 위에 먹는 ‘계절음식’이란 의미가 더 강합니다.
얼음을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도자기에 물을 담아 그늘에 두거나 녹나무 캄포 등을 이용해 밥에 말 찬물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찬물을 구하기 어려웠던 탓인지 카오채는 ‘왕실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3-4월 S&P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한시적으로 팔기도 하고, 카오채로 유명한 식당에는 사람들이 몰리기도 합니다.
자스민 우린 얼음물에 밥을 말아먹는 만큼 특별한 맛은 없기에 이 맹맹한 밥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달콤 짭짜름한 반찬들이 제공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새우 페이스트 완자와 속을 채운 고추, 달걀채 등 함께 나오는 반찬을 곁들여 먹습니다.
시장 골목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카오채 전문식당 ‘쿤댕’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75년 살아온 쿤댕 할머니는 카오채 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전통의 맛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복날에 뜨거운 삼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태국인은 몬족이 이어온 카오채처럼 차갑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몸의 열을 식혀 온 것입니다..
카오채를 처음 맛보면 생각보다 담백하지만 자스민 향내로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문득 한국의 단무지나 오이지를 곁들여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방콕을 여러 번 여행한 사람도 꼬끄렛을 직접 찾아가 본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이 작은 섬을 천천히 걸어보면 도심의 화려한 쇼핑몰이나 야시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또 다른 태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더 있다면 배를 타고 강반대쪽 와불상에도 가보고, 다리가 아프면 시장길에서 이탈해 언제든지 강바람을 맞을 수 있습니다. 도자기 공방에 들러 체험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꼬끄렛에서는 몬족의 역사와 함께 카오채 한 그릇이 전해주는 이미를 담아 천천히 시간을 음미할 여유를 가져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이 바쁘고 부산하기 그지 없는 대도시 방콕에 인접한 곳이라는 것이 잘 믿기지 않기도 합니다.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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